부끄러운 줄 알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으로 나라 안이 들썩거리는 이 때,
국민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이 사태를 몰고온 1차적인 책임은 물론 이명박정부에게 있다.

  그러나 사상최악의 투표율, 민주주의 국가의 시민으로서의 당당한 권리인 투표권 포기로 말미암아 그러한 정부를 배출해낸 국민 스스로에게도 그 책임이 있다. (이명박대통령을 찍은 사람에 관해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논하려는 범주가 확장된다.)
과거 얼마나 많은 무고한 국민들이 피흘리고 스러져가며 겨우 얻어낸 '투표권'인가. 아무리 정치인이 다 똑같아보인다고 해도 국민의 민심을 들어주지 않는다해도 국민이 그 의사를 보다 명확히, 효과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방법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이다.

  촛불시위, 집회-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국민이 정치를 외면했고, 그로 인해 정부가 국민의 생존권을 심각하게 위협하게 된 이와 같은 상황에 이르러서야 눈을 돌리고 분노하고 있다. 촛불시위나 집회가 나쁘다는 뜻이 아니다. 필요하다. 이렇게라도 강력한 여론을 형성해서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마지막 수단이어야 했다. 분명히 이전에 막을 수 있었다. 우리는,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을 스스로 포기해버리고 가장 힘들고 어려운 방법을 택한 것이나 진배없다.

  나는 20대인 것이 부끄럽다. 20대 투표율 19%, 이 땅의 20대는 19%만이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는 것인가? 취업난으로 다들 힘들고 바쁘다는 것은 안다. 이 사회가 구조적으로 20대의 정신을 잠들게 하고 있다는 것도 안다. 치열한 입시경쟁을 통과하고 대학교에 입학하여 20대에게 주어지는 타이틀은 '취업준비생'이다. 1학년때부터 취업을 위해 학점관리를 하고 토익과 토플을 준비해야 한다. 갈수록 줄어드는 고용에 비정규직 급증 등 열악해져만가는 노동조건, 다른 곳으로 눈돌릴 새 없이 취업을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만 한다.
  그러나 20대는, '내일의 회사원' 혹은 '내일의 공무원'이 아니라 '내일의 대한민국을 진두지휘할 지식인'이어야 한다. 왜 20대가 취업준비생으로 전락해야하는지 스스로 의문을 갖고, 사회를 탐구하는 동시에 바람직한 민주사회에 대한 방향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 바로 10년 후, 20년 후의 CEO, 정치인, 언론인, 학자가 20대이기 때문이다. 지금 20대가 깨어있는 정신을 가지고 바람직하며 자유롭고 행복한 민주사회를 위해 경주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의 10년, 20년 후가 지금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깨어있는 정신에서 책임감과 의무감이 나오며 행동으로 발전할 수 있다. 자신이 살아있는 세상을 보자. 단지 "취업하기 어렵다, 경제가 힘들다"라고 말하지만 말고 왜 어려운지 왜 힘든지 깊숙히 들여다보자. 알면 알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인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나누어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알고 난 후라면 적어도, 투표권을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놓아버릴 수는 없을 것이다.

오늘 내가 헛되이 버린 투표권은, 4.19혁명 5.18 광주민주화 운동 6월 민주항쟁에서 죽어간 이가 그토록 바라던 권리였다

  "쇼핑하느라 투표 못 했어"
  "귀찮아서 안 했어"
  이런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 20대의 투표율이 개선되기 위해서는, 투표를 한 모든 20대들 역시 책임을 느껴야 한다. 만약 누군가가 투표를 하지 않았다고 하면, 다른 사람들이 나서서 성숙한 민주시민이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드러낸 사람들을 비판해야 한다. 자기 계층에 책임을 지고,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은 자유다,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는 것도 국민의 의사표현 중 한 방법이다, 라고 누군가가 말한다면 이런 대답을 들려주고 싶다.
그 자유는 민주주의에서 나온 것이고, 대의민주주의는 투표를 기반으로 존재한다. 투표하지 않는다면, 투표하지 않을 자유 자체가 보장받을 수 없다.
또한, 정치인들은 지금 국민이 목소리를 내는 것도 무시하기가 일수다. 심지어 아무 말 하지 않는다면 어떻겠는가.



  10대들이 거리로 나섰다. 어른들이 그 의무와 권리를 다하지 아니하여서 10대 자신들이 거리로 나설 수 밖에 없었다.

  우리는 참 어려운 길로 간다. 정부의 대응을 보면 앞으로의 길도 결코 쉬울 것 같지 않다. 그러나 이번 일로 말미암아- 잠자던 국민의 의식이, 20대의 의식이 깨어나 밝은 미래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정부를 감시하고 사회에 참여하는,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by 서원 | 2008/05/08 10:27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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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200문장영어 at 2008/07/01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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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맹꽁 at 2008/07/08 08:52
19세 고등학생들부터 20대 초반에 걸쳐 '기권하기' 운동이 조심스럽게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당시 잠깐 동안 염려스러운 시각을 불러모으기도 했지만, 곧 다른 사안들에 묻혀버리고 말았지요.

그러니 아마도 투표하지 않았던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는 일종의 '정치적 의사 표시'의 수단으로 기권을 선택했던 부류가 있었던 걸로 추정됩니다. 물론 의사 표시 수단으로서 기권의 가치를 어떻게 봐야 하는가 하는 문제는 별도로 논의해야겠지만요.
Commented by 레온트로츠키 at 2008/10/01 23:43
이 댓글을 언제 볼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ㅋ)

글 잘쓰네 ㅎㅎ 훌륭한 마인드를 갖고 있구나.(네가 내가 생각하는 그 인물이 맞다면) 내일 사무실에서 보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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